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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누구를 믿을 것인가
<시론>누구를 믿을 것인가
  • 승인 2004.1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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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믿을 것인가

 

서대문 봄산부인과 沈相德원장

  요즘 독감 백신과 관련하여 많은 소리들이 오고 가는 모양이다.

  다소간의 비용 부담이 더 되기는 하지만 고품질 백신이 일반 백신에 비하여 몇 가지 장점을 가지고 있어서 그 동안 많은 의사들이 환자들에게 접종을 권유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얼마 전 뉴스에서는 두 백신간에는 효능에 있어서 별반 차이가 없으며 의사들이 약가 마진을 노리고 고품질 백신을 처방한다는 내용의 기사가 방송되었다.
방송 후 많은 사람들이 의사의 말만 믿고 고품질 백신을 주사 맞은 것에 대하여 강력하게 항의를 하며 심지어 어떤 사람은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해당 분야의 의료인들에게는 고품질 독감 백신이 조기에 항체가 형성되며 항체 지속 기간도 더 길고 안정성도 높아서 일반 백신보다 훨씬 우월하다는 내용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또한 약가 마진도 두 제품간에 거의 차이는 없다고 한다.

  그런데 어찌하여 그런 뉴스가 나갔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 이유에 대하여 여기서 이렇다 저렇다 논박하려는 것은 아니며 다만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지 않은 일반인의 입장에서 누구를 믿는 것이 현명한 것이냐 하는 것을 말하고 싶을 뿐이다.

  이 사안에 대하여 경제학자들이 좋아하는 수학 법칙인 기대값의 원리를 적용해 보자. 예방 접종을 하지 않았을 때 또는 일반 백신을 맞았을 때 독감이 발생하거나 후유증이 발생할 확률과 비용을 한 축에 놓고 다른 축에는 고품질 독감 백신 접종시 드는 비용을 비교해서 판단하면 될 것이다.

  고품질 독감 접종에 한 3만원이 든다고 하자.
어떤 사람이 한철에 독감에 걸릴 확률 또는 후유증이 발생할 확률이 만분의 1 이라고 하고 치료비용 또는 질병 발생시 대가를 3억이라고 하면 기대값은 3만원으로 두 경우 동일한 값이다.

  문제는 후유증으로 사망할 경우이다. 그때 자신의 목숨값으로 얼마를 계산할 것인가?
그러나 아마도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목숨을 3억원 정도와 바꾸지는 않을 것이다.

  생명은 돈으로 환산 할 수 없다고들 한다.
그만큼 소중하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의료의 문제를 단순한 경제학의 잣대로 판단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이렇듯 무엇보다 소중한 자신의 생명과 건강을 대가로 하기 때문에 의료 영역에 있어서는 기본 진료나 평균적인 진료란 있을 수가 없다.
누구나 최고의 치료를 선택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

  대신 당연한 것이지만 최고의 치료를 받으려면 자신이 가진 것 중에서 충분히 많은 비용을 지불할 자세가 되어 있어야 한다.
그것이 불가능할 때는 국가가 최고의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독감 주사 파동처럼 잘못된 정보의 전파는 기사를 내 보낸 사람도 문제지만 그런 내용에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내 놓는 사람도 문제다.
물론 올바른 정보를 알리고 잘못된 것을 바로 잡을 책임이 있는 정부 당국자는 말할 것도 없다.
이런 점에서 보면 의료 보험의 틀에 갇힌 보통의 제한된 의료 서비스 정책은 근본부터 매우 잘못된 것이다.  

  여하튼 앞으로도 이런 일이 빈번히 생기겠지만 이번 독감 백신의 경우에서처럼 고품질 독감 백신이 자신의 건강을 위하여 현재 가장 좋은 예방법이라고 권유한 의사의 말을 믿을 것인지 아니면 약가 마진 때문에 좋지도 않은 것을 비싼 값에 권한다고 주장하는 비전문가의 말을 믿을 것인지는 전적으로 믿는 사람의 자유다.

  그러나 그런 선택에 따르는 대가는 언론인이나 정부 당국자 같은 제 삼자가 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직접 진다는 사실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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