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자동차'와 '롱테일'
'실용자동차'와 '롱테일'
  • 의사신문
  • 승인 2008.05.21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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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들의 '평가'로 만들어지는 '명차'

지난번에는 소비와 상징을 이야기했지만 이번엔 일상을 이야기 하려고 한다. `실용 오디오(enjoyaudio.com)'라는 중독성이 강한 오디오 사이트가 있다. 일반적인 오디오 사이트들이 고급기 취향인데 비해 이 사이트는 일반적인 오디오들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는 곳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오디오는 주춤한 상태로 신모델이 활발하게 나오던 1990년대의 시절과의 비교는 무리다. IMF가 없었다면 아마 우리나라의 오디오 다양성이 크게 증가했을 것이 틀림없다. 그리고 수입 오디오는 입문기부터 프리미엄급까지 다양하다. `와싸다(wassada.com)'와 같은 다른 사이트에서 중고 장비를 활발히 바꾸어 써보는 일이 가능하므로 다양성은 극에 달한다고 하겠다.

중고거래를 제외하고 평가에 대한 문제에 있어서 아직 우리나라는 실용오디오와 같은 자동차 사이트가 없다. 오래됐더라도 누군가 타보고 무척 재미있는 평가나 해석을 하고 사람들이 따라 준다면 차들은 오랜 존재할 충분한 가치를 지니게 된다. 여러가지 차종에 대한 새로운 정보에 관한 한 자동차 잡지의 시승기들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차에 특별히 새로운 점이 없는 한 평가는 사람들이 타본 경험담을 중심으로 내려야 할 때가 많다. 그리고 사람들의 의견이 어떤지는 매우 궁금한 그 무엇이다. 그래서 좋은 평가를 받는 차가 있다면 좋은 차라고 생각할 수 있다.

독자들 역시 평론가가 아닌 일반인들이 내리는 평가가 궁금하지 않은가? 이를테면 `Carsurvey(http://carsurvey.org)'같은 사이트가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무엇보다 일반인들이 내리는 평가가 궁금하지 않은가? 주관적인 느낌을 공정히 적어 놓으면 객관적인 자료가 되기 때문이다.

이 사이트의 구성은 재미있다. 우선 차의 배기량과 연식 그리고 변속기의 종류를 적는다. 차의 운용 경제성과 타본 느낌을 적는다. 그리고 예전에 타던 차종을 적는다. 차량이 대폭 업그레이드되면 너무 좋은 평가를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연비나 메인테넌스 부분을 적은 후 나중에 제조사의 차를 재구매할 생각이 있냐고 묻는다. 그리고 이 평가에 대한 댓글들이 달린다. 궁금한 독자들은 우리나라의 차들을 포함한 관심차종을 살펴보면 상당히 재미있고 실용적인 사이트가 될 것이 틀림없다.

왜냐하면 어떤 차종의 동호회에 들어가면 그 차에 대한 찬동자들만 있기 때문에 악평이나 중립적인 평가를 내리는 일은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이런 사이트는 차에 대한 충동구매를 유발하지만 좋은 정보를 주는 일은 아니다. 그런데 아직 대부분의 사이트는 자기가 투자한 메이커에 대해 좋은 평가를 주거나 억울한 일을 적는 투쟁 장소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정말 필요한 것은 냉정하고 때로는 환멸감을 주는 사이트가 필요하다. 그러니까 실용자동차라고 볼 수 있는 사이트가 사람들의 판단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메이커들은 이런 사이트를 무척 싫어할 것이 틀림없다. 나쁜 평가의 누적은 판매고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면 감정적인 공격이 들어올 것이 예상된다. 하지만 논의는 일어나야 한다. 사람들은 정보도 없고 다른 사람의 시승기가 아닌 운용평가기를 보고 자신과 비슷한 역할 모델을 찾을 수도 있다. 언젠가 이런 사이트가 비상업적으로 자생하여 운영되기만을 바랄 뿐이다. 사실은 메이커들도 이런 사이트가 필요하다. 무엇이 잘못되고 있는지 피드백을 받는 귀중한 기회다. 그러다 보면 가치가 있는 차들은 존재 이유를 찾으며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더 오래 살아남을 것이다.

이런 현상에 대한 문화 현상으로 롱테일(long tail) 현상이 있다. 이베이나 아마존의 많은 부분이 신규 판매가 아니라 이미 사용된 것들을 중심으로 일어난다. 신차의 판매보다 중고차의 판매 규모가 더 크다. 롱테일이라는 것은 긴 꼬리라는 뜻으로 인터넷의 시대가 되면서 커다란 메이저 시장에 대해 다양한 마이너리티나 옛날의 아이템들이 새로운 관심을 받게 되는 경우가 늘어난다는 주장이다. 만약 정보가 충분하다면 사람들은 오래된 차를 몰아도 그 차에 대한 가치를 스스로 부여할 것이고, 예전의 차종을 더 유지하고 싶어하는 경우도 생길 것이다.

실제로 필자는 비슷한 케이스를 중고 오디오에서 재발견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오디오 메이커들이 얼마나 훌륭했던가를 재발견 하고 있다. 사람들은 과거의 스피커나 앰프에 대해 외산과 국산을 모두 사용하며 평가하고 있다. 정보는 과거에 비하면 더 객관적이고 중립적이다. 그러다 보니 어떤 기종은 너무 잘 만들어진 것이라 절대 없어지면 안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공정히 평가하면 가치는 스스로 발견된다. 만들어진 1990년대가 아니라 10여년이 된 요즈음 재평가 되는 것이다.

메이커의 선전보다도 그동안 만들어 왔던 물건들이 스스로 평가받는 것이다. 자동차건 오디오건 문화적 현상이라는 것은 신비한 것이다.

안윤호〈송파 대광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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