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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개발지원과 현실
신약개발지원과 현실
  • 의사신문
  • 승인 2008.05.13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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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재천<신약개발조합 이사>

▲ 여재천 이사
우리나라 정부의 신약개발지원은 현실과는 많은 차이가 있어 왔다. 정부 연구개발투자 예산 중 BT분야는 2003년부터 5356억원(전체 R&D 투자 대비 8.2%)으로 1위를 차지하여 이전까지 줄곧 1위를 차지하던 IT관련예산을 추월했고, 이후 정부 R&D에서 BT분야의 투자예산 비율은 2004년 10.9%, 2005년 14.1%, 2006년 14.6%로 증가되어 왔지만 BT분야 예산 중에서 의약품(신약·개량신약)에 투자되는 비율은 2006년 8.7%에 불과했다.

BT예산이 2003년부터 3년 동안 2.4배로 증가하는 동안 의약품 예산은 1.9배 증가하여 의약품이 BT연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3년 10.8%에서 오히려 더 낮아졌다. 또한 2006년 신약개발예산 1128억원중 후보물질 도출에 59%, 비임상 지원에 31%, 임상지원에 10%가 사용되었는데, 기업을 대상으로 한 비임상·임상연구에는 98개 과제에 414억원으로 평균 4.2억원, 비임상 평균연구비는 4.2억원, 임상 평균연구비는 4.3억원의 지원에 그침으로서 임상1상에 연 35억원, 임상2상에 연 70억원 가량 소요되는 해외신약개발을 위한 임상시험비용에 비해서 현재의 정부지원규모는 임계규모 미만의 지원에 따른 효율성 문제가 뒤따를 수밖에 없었다.

한미 FTA 체결이후 국내 제약산업의 환경 변화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블록버스터급 제품개발 경쟁력 전략의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한미 FTA 의약품 분야 협상결과를 살펴보면 오리지널사의 지적재산권 보호 강화와 권리 보호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상대적으로 자체 오리지널 의약품보유율이 떨어지는 국내 제약기업 입장에서는 향후 막대한 손실이 예상되고 있다. 제네릭 개발의 위축과 더불어 수익성이 악화됨으로서 신약 R&D투자는 위축 될 전망이다. 글로벌 FTA 시대에 신약개발과 기술수출을 통한 진정한 고수익 창출을 통한 제약산업의 육성을 위해서는 목표시장을 글로벌시장으로 잡아야 한다. 제약산업의 활성화 방안은 전반적인 신약개발 환경의 조성이다. 신약개발은 생명공학기술과 정밀화학기술이 융합된 결정체로서 신약개발에 집중할 경우에 고부가가치 제품 확보와 함께 산업재산권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수입대체는 물론 기술 및 제품수출에 기여 할 수 있고 이를 통해서 제약산업의 선진화라는 선순환적인 구조조정을 달성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치료제의 가격만이 아니라 가격과 품질이 모두 고려 될 때 신약 개발은 치료제의 전체적인 비용 절감을 불러온다. 신약개발의 가치가 비용의 절감 보다 건강증진에 더 효과적이라면 비용 지불 가치가 충분하다. 신약은 의료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신약의 임상적, 의료경제학적 가치나 투자된 개발비와 무관하게 정부주도로 강한 보험약가관리(보험등재·가격결정·비용상환 등)정책을 규제 차원에서 시행 할 경우에는 사회적, 경제적, 보건의료적인 손실을 고스란히 국민이 떠 안을 수 있다.

이제 우리나라도 신약연구개발이 보건산업 전반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인식하고 이에 걸 맞는 신약연구개발 촉진정책수립의 이론적인 근거 아래 제약산업계와 연구개발중심기업에 주어지는 인센티브를 혁신적인 투자와 연계시키는 보험약가관리정책으로 개선 할 시점에 와 있다.

마지막으로 R&D의 효율성 및 효과성에 대한 고민이 비단 정부만의 것이 아니라 혁신형 제약기업도 똑 같은 문제 인식을 하고 있다. 투자액의 규모와 사업에 대한 기여도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기업마다 투자된 R&D 예산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기업들은 4세대 R&D, 즉 성과 및 고객 지향적인 R&D로 변화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채택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대부분 단기적으로 성과를 높일 수 있는 연구개발 과제에 집중되어 있다. 기업의 R&D 투자는 일반적으로 장기적이고 리스크가 큰 분야에는 취약한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 R&D와 기업 R&D간 긴밀한 협력 체제를 구축해 서로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기업과 정부 간 균형 잡힌 신약 R&D 포트폴리오 관리를 해야 한다.

기존 산·학·연 지원체계와는 차별화된 혁신형 제약기업에 대한 중장기 신약개발지원 근거를 마련하고, 산·학·연 연구 주체별로 신약개발 역할 분담을 명확하게 하고, 신약개발 상용화 촉진을 위한 운영예산을 별도로 확보하여 지속적인 정책지원이 가능하게 함으로써 20여년 동안 뿌려온 정부와 민간의 신약연구개발의 씨앗이 매년 글로벌 신약이라는 풍성한 열매의 수확을 통해서 우리나라 글로벌 혁신형 제약기업의 조기 탄생과 이를 통한 국내 제약산업의 글로벌 체질 개선을 소망해 본다.

여재천<신약개발조합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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