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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협주곡 Op 35. D 장조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협주곡 Op 35. D 장조
  • 의사신문
  • 승인 2008.05.08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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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리니스트의 필수 레퍼토리

1878년 어느 봄 저녁 한 바이올리니스트가 차이코프스키를 방문했다. 그는 당대의 명 바이올리니스트 요아힘의 제자인 코텍이었다. 그날 차이코프스키에게 새로운 음악을 선보였는데 그 중에는 랄로의 스페인 교향곡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날 저녁 차이코프스키는 이 색채감이 풍부한 랄로의 바이올린 음악과 코텍의 연주에 깊이 매료돼 그로부터 사흘 뒤에 당장 자신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작곡하기 시작했다.

작곡은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었고 차이코프스키는 창작의 기쁨에 흠뻑 도취되어 있었다. 그는 단 25일 만에 초고속의 스피드로 이 협주곡의 작곡을 마쳤는데 당시 그가 얼마나 의욕에 불타고 있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당시 그는 비평가들로부터 혹평을 받은 피아노 협주곡으로 크게 상심한 적이 있어 이번 바이올린 협주곡만큼은 그런 비평을 피하기 위해 바이올니스트 코텍의 충고에 열심히 귀 기울이며 작곡에 몰두하였다. 드디어 완성되자 코텍에게 초연을 부탁하였으나 자신은 그럴만한 자격이 없다고 정중히 거절하였다. 그는 당대 바이올린 `음악의 신'으로 추앙되고 있었던 거장 레오폴트 아우어에게 헌정하였다. 그러나 아우어는 “당신이 이 작품을 바이올린에 맞게 고치지 않는 한 그대로 연주할 수는 없다”며 뜻밖의 반응을 보였다.

그 후 이 곡은 몇 년간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가 1881년 빈의 아돌프 브로즈키의 바이올린 솔로와 빈 필의 연주로 초연되었다. 그러나 그 날 오케스트라와 단 한 번의 리허설로 악보가 익숙지 않았던 단원들은 소극적이고 자신 없는 연주로 독주자와도 앙상블이 삐걱거렸다. 결국 비평가들은 “야만스럽고 불쾌한 음악”, “황당한 러시아 니힐리즘”이라고 혹평하였다. 그러나 초연자 브로즈키는 이 바이올린 협주곡에 대한 믿음을 갖고 있었다. 그는 이곡을 모스코바, 독일, 미국 등의 연주 여행에서 계속 연주를 하였고 결국 이 바이올린 협주곡은 청중들의 뜨거운 반응을 받게 되면서 바이올리니스트의 필수 레퍼토리로 정착되었다. 아우어마저도 몇 년 후에는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면서 연주를 하였다.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이 지닌 장점이라면 감미롭고 서정적인 선율로 가득해서 바이올린의 아름다운 음색과 표현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난해한 기교로 가득 찬 제1악장 allegro moderato에서도 두 개의 주제만큼은 매혹적인 서정성을 풍기고 있기 때문에 솔로 바이올린의 노래하는 듯한 특성을 마음껏 뽐낼 수 있다. 특히 가장 나중에 작곡된 제2악장 안단테 칸초네타의 흐느끼는 듯한 주제는 지금도 어느 서정적인 곡보다 뛰어난 일품이다. 마지막 피날레 제3악장 allegro vivace는 러시아적인 분위기가 느껴지는 활발한 음악으로 첫 주제는 민속 음악적인 요소에서 온 것으로 러시아 민속 춤곡을 연상시킨다. 두 번째 주제 역시 민속적인 색채가 있지만 여기에 집시 풍의 요소도 끼어 더욱 이국적으로 채색된다.

■들을만한 음반: 다비드 오이스트라흐(Vn), 노먼 델마(지휘), 로얄필(1960, EMI) ; 하이페츠(Vn), 프리츠 라이너(지휘), 보스턴심포니(1962, RCA); 레오니드 코간(Vn), 로제드빈스키(지휘)(1967, EMI); 크리스천 페라스(Vn),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지휘), 베를린필(1974, DG); 정경화(Vn), 앙드레 프레빈(지휘), 런던심포니(1971, DECCA)
 


   오재원〈한양대 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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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am yoon 2013-07-28 09:38:03
교수님의 고전 음악에 대한 감상 멘트로 고전음악 감상을 취미로 하는 저에게 많은 도움과 정보를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저는 미국 서부 지역의 Washington State Seattle 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더 많은 정보를 부탁 드리고 항상 건강하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윤 기 삼.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