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와 놀기
오디오와 놀기
  • 의사신문
  • 승인 2008.05.08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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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와 활용…당신의 오디오라이프는?

요즘은 갑자기 오디오에 미쳐 있다. 10여년간 잠잠했던 병이 도지고 있다. 오디오는 한 때 직접 만들기도 했을 만큼 증상이 심했으나 열기가 식은 후 최근까지 고의적으로 관심권 밖에 두고 있었다. 그러나 어느 날 잘 듣고 있던 앰프가 망가지면서 무엇을 살까 찾아보다가 관심이 다시 살아나고 말았다.

10년이 넘는 공백 기간 동안 정말 많은 기계들이 나왔다는 것을 실감했다. 스피커는 아예 장르 자체가 바뀐 것이 많고 원하는 음색도 변했다. 앰프는 더 변했다. 세월이 흐르자 기계 자체가 변한 것이다. 필자는 웹을 뒤져서 정보를 사냥한 후 골라 낸 가격대 성능비가 높은 앰프와 스피커들이 쌓여 가는 것을 바라보면서 과연 이놈들을 얼마나 즐길 수 있는가를 되묻곤 한다.

오디나 자동차 그리고 사진 같은 취미의 공통점이 몇 가지가 있다. 그것은 어떤 기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말이다. `○○와 함께 한 시간'과 같은 용어를 쓰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필자는 자동차 잡지나 오디오 평론가들의 말을 별로 믿거나 신봉하지 않는다. 처음부터 좋은 기계도 있지만 얼마 이상 사용하지 않으면 평가를 내릴 수가 없기 때문이다. 내구성이나 감성에 대한 부분은 적어도 몇 년을 타보지 않으면 알 수가 없다. 몸은 하나 밖에 없기 때문에 그 동안 다른 모델들은 타볼 수가 없다. 그래서 차에 관심을 쏟고 다른 모델에 관심을 갖기도 하는 시간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이다.

음반도 마찬가지다. 어떤 오디오 평론가는 모차르트가 다시 태어나도 자기가 작곡한 곡들을 절대로 다 들어보지도 못할 것이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실제로는 듣는 것은 고사하고 음반을 고르다가 시간을 다 보낼 가능성이 높다. 명반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기타 소리나 보컬을 듣다보면 전율을 느끼곤 하는데 오디오의 역할은 청취자에게 이런 사실을 재확인 시켜주는 일이다. 듣고 또 듣고 또 감동한다. 문제는 웬만한 오디오는 이미 이 정도의 소리를 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듣는 사람은 더 좋은 소리를 갈망하기 때문에 물량의 투입이 필요하다. 장비들은 1%의 수준을 향상하기 위해 많이 비싸진다.

그래서 좋은 오디오를 갖는 것이 목표로 변하기도 하는데 카라이프에도 분명 이런 면들이 있다. 한 단계 높은 차를 즐기려면 목표와 수단이 뒤바뀐다. 거의 출퇴근만 하는데도 그렇다. 그래서 차를 사고 돈을 갚는 와중에 기쁨을 느끼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새로운 차종을 사자마자 기계의 업그레이드 욕구가 밀려온다. 2∼3년이 지나면 새로운 모델이 소비자를 유혹한다.

그러나 분명히 소유보다는 활용이 한 단계 더 중요한 개념이다. 예전보다 돈의 가치가 떨어져서 몇 백 만원은 큰 돈으로 보이지도 않는 세상이 되었다. 그러니 예전의 희망사항이던 탄노이같은 스피커들을 마음만 먹으면 지를 수 있게 되었다. 필자도 열심히 일해 하나 장만했으니 꿈을 이룬 셈이다. 이들은 일종의 고급 스피커라고 볼 수 있다. 듣고 있으면 귀가 즐겁다. 그러나 이들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은 늘어나지 않았다. 세상이 급하게 돌다보니 곡 하나를 끝까지 들을 마음의 여유조차 없어지고 있다.

그러면 정작 장비는 갖고 있게 되었는데 들을 시간은 없어졌다고 하는 역설적인 현상이 발생하고 만다. 목적은 `○○와 함께 한 시간'처럼 음악을 듣고 즐기는 것이다. 차도 마찬가지로 정작 주인들은 매우 바쁘다. 사실은 출퇴근하고 잠시 여행을 다녀오는 정도가 사용의 전부다. 그러니 차를 가지고 여유있게 노는 일이 더 사치스러운 희망사항이 된 것이다. 차종이 문제가 아니라 카라이프가 문제고 그보다는 라이프스타일이 더 중요하다. 더 사치스럽고 해결하기 어려운 무엇이 또 남아있다.

그런데 필자의 오디오 라이프에는 최근까지 깨닫지 못하던 중요한 사실이 있었다. 필자가 일상에서 가장 많이 듣는 스피커는 브리츠라는 저렴하지만 나름대로 나쁘지 않은 PC 스피커였던 것이다. 이것으로 무의식중에 음악도 듣고 동영상도 보며 게임도 하고 있었다. 머릿속으로는 꿈의 오디오를 생각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책상 뒤에 숨어있는 것처럼 보이는 브리츠 스피커를 듣고 있었던 것이다. 저렴한 기종이지만 특별히 불만도 없었다. 그러니 정작 `○○와 함께 한 시간'의 주역은 무시되고 있었다. 1만8000원 짜리 스피커가 사실은 오디오 라이프의 중심이었던 셈이다. 그렇다면 카라이프는 어떨까?

안윤호〈송파 대광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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