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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 E단조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 E단조
  • 의사신문
  • 승인 2008.04.30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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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부한 낭만적 서정과 완벽한 구성미

대부분의 작곡가가 어려운 생활고에 시달리면서 궁핍한 생활을 한데 반해 멘델스존은 부유한 은행가의 아들로 태어나 비록 38세의 짧은 생애이긴 했으나 일생을 여유있고 행복하게 보냈다.

이처럼 풍요로운 환경에서 창작 활동을 하였기 때문에 거의 모든 작품이 밝고 명랑한 기운으로 넘쳐흘러 일부 사람들은 그의 곡이 너무 가볍다고 간단히 평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실은 종교음악이나 기악곡들을 살펴보면 그 음악적이고 종교적인 깊이가 가히 다른 작곡가들의 작품을 초월하는 풍부한 낭만적 서정과 완벽한 구성미를 자랑하는 수작을 많이 남겼다.

흔히 사람들은 베토벤 협주곡이 남성미가 넘쳐흐르는 웅장한 `왕자풍'의 곡인데 비해 멘델스존 협주곡은 감미롭고 부드러운 `왕비'와 같다고 비유하고, 어떤 이는 아담과 이브에 비유하기도 한다. 이러한 그의 성향은 어머니의 영향이 컸다.

멘델스존을 음악의 문으로 인도한 사람은 다름 아닌 그의 어머니였다. 유년시절 어머니에게 피아노 레슨을 받은 후 파리로 진출하여, 9세 나이로 공식 무대에 데뷔하게 되고 그 후 괴테를 방문하여 큰 감화와 암시를 얻어 당대의 여러 음악가, 철학자, 문학가들과 교류를 갖게 된다.

이 곡은 멘델스존이 28세 되던 1838년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의 악장 페르디난드 다비드를 위해 작곡을 시작했으나 실제로 완성된 것은 1844년이다. 이 곡의 특징은 고전파에 의해 확립된 전통적 구성 양식을 다소 벗어나 새로운 시도를 했다는 사실인데, 전 3 악장이 연속적으로 유발되면서도 상호 독립과 통일의 조화를 견지한다던지 전개부와 재현부 사이에 독특한 카덴차가 전체를 질서지우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은 당시로서 매우 이채롭고 혁신적인 시도였다.

제 1악장은 현악기의 화음을 타고 먼저 제 2소절부터 독주 바이올린이 제 1주제를 행복에 충만한 듯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우수가 감도는 멜로디를 연주하면서 시작되는데 이후 독주 바이올린의 화려한 기교와 오보에의 우아한 연주로 제 2주제가 전개되면서 깊은 우수에 젖게 된다. 카덴자 후에 장황한 코다부분에 독주 바이올린의 종회무진 눈부신 활약이 펼쳐지면서 정열적인 끝맺음을 하고 있다.

제 2악장은 1악장의 끝에서부터 이어져 파곳의 선율을 깔고 지극히 우아하게 주제가 이어진다. 이 부분은 화려하고 아름다워서 멘델스존 곡 중 가장 아름다운 부분으로 꼽히고 있다. 마지막 부분에 이르면 다시 바이올린이 처음의 주제를 은은히 반복하는데 이때 그동안 조용하던 관현악 부분이 활기를 띄게 된다.

제 3악장은 소나타형식으로 바이올린이 경쾌한 리듬을 타고 정열적으로 진행되는데 그야말로 바이올린 음악의 걸작이라 할 수 있는 악장이다. 코다는 극히 화려하며 독주 바이올린이 홀로 긴 트릴을 낸 후 갑자기 활기 있고 힘찬 트레몰로를 연주하면서 전 관현악과 함께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들을만한 음반: 에후디 메뉴힌(Vn), 라파엘 프뤼벡 데 부르고스(지휘) 런던심포니(1972, EMI); 레오니드 코간(Vn), 로린 마젤(지휘) 베를린방송교향악단(1974, Eurodisc); 알프레드 캄폴리(Vn), 아드리안 볼트(지휘), 런던심포니(1975, Decca); 정경화(Vn), 샤를 뒤트와(지휘) 몬트리올심포니(1980, Decca)
 
오재원〈한양대 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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