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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액
브레이크액
  • 의사신문
  • 승인 2008.04.30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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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에 한번씩 완전히 새로 교체해야

자동차의 마니아들은 브레이크액을 수시로 교체한다. 브레이크액은 맑은 액체로 독성이 강하지만 아직 이 유체를 대체할 액체는 없다. 일반적인 차라면 dot3나 dot4 규격의 브레이크액을 사용한다. dot는 미국의 department of transportation의 약자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부동액과 더불어 차에서 가장 싫어하는 물질이다. 둘 다 독성이 있는데 독성으로 말하면 브레이크액이 더 심할 것이다. 둘 다 피부나 점막을 통해 흡수돼 독성이 나타나 신장이 첫 번째 타깃이 된다. 브레이크액은 에틸렌글리콜과 같은 글리콜 성분이다. 브레이크를 잡을 때마다 높은 압력을 바퀴의 브레이크로 전달하며 열로 받는 스트레스에도 열화되면 안되고 적당한 물성을 유지해야 한다. 안정된 화학적 조성을 유지하고 주변의 금속이나 고무를 부식시켜도 안된다. 이러한 것에 글리콜을 대체할 물질이 없다.

평상시 브레이크액의 존재는 눈에 띄지 않는다. 보통은 경고등이 들어오는 램프가 들어와야 브레이크액을 보충한다. 그런데 이 방법은 틀렸다. 브레이크액은 예방적으로 교체해야 한다. 그것도 주기적으로 통째로 갈아야 한다. 이유는 브레이크액은 수분을 흡수하는 성격이 있기 때문이다. 차의 브레이크액은 통에 들어있지만 마개를 막아놓아도 통기구를 통해 미세한 양의 물을 흡수한다. 계속 누적이 되면 내부의 금속구조물에 녹을 슬게 만들 정도는 충분하게 된다. 결국은 브레이크 캘리퍼나 브레이크 마스터 실린더에 해를 끼친다. 이 두 가지 부속은 정상적으로는 차의 수명보다 길게 사용할 수 있으나 수분을 흡수한 브레이크액은 고무와 금속을 녹인다. 결국 성능이 열화된 브레이크 시스템은 제동거리가 길어지게 돼 사고를 예약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카센터 주인도 경험이 많지 않는 한 이런 사실을 잘 모른다. 그런데 필자는 어떻게 알게 되었는가? 예전 오래된 차를 몇 년 방치해두니 마스터실린더가 속에서 고무와 오일을 녹여 떡이 되어 버렸다. 제동거리가 길어지고 밟으면 `쑤-욱' 들어가는 차의 고장은 30년 동안 수리를 한 공장장도 “마스터실린더 문제 아니면 공기가 들어있다”라는 식의 뻔한 답만을 낸 것이다. 결국 필자는 공기빼기의 대가가 되었다가 마스터 실린더를 교체한 후 답을 얻었던 것이다.

브레이크액이 열화되거나 공기가 들어가면 브레이크는 바로 밟히지 않고 약간 스폰지 같은 느낌이 든다. 열화가 조금 더 진행되면 더 신비로운 현상들이 나타난다. 떡이 되었다고 해도 브레이크 페달을 세게 밝고 있으면 속으로 조금 밀려들어가는 정도다. 브레이크를 다시 세게 밟으면 바로 서기 때문에 고장이라고 생각하지 않게 된다. 이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미세하게 새는 마스터실린더들은 아주 많다. 브레이크 패드를 교체하고 로터를 교체해도 제동이 시원치 않은 차들이 꽤 많은 것이다. 마스터 실린더를 교체해야 하는 대공사를 하면 모든 증상이 없어지곤 한다. 물론 마스터 실린더가 고장의 원인이 아닌 경우도 많지만 비슷한 증상에 대한 처방은 하나다. 다시 정상으로 돌려놓거나 브레이크가 약하게 느껴지는 차는 타고 다니지 말아야 한다.

브레이크 시스템의 수명을 아주 길게 연장하는 것은 간단하다. 브레이크액을 가끔씩 완전히 새로 교체하는 것이다. 500ml에 3000원 정도 하는 싸구려 브레이크액이라도 2년 정도에 한 번씩 완전히 교체하는 것이다. 1년이면 더 좋지만 너무 엄격하다. 비싼 브레이크액도 필요 없다. 투명한 노란색(세럼처럼 보이는 색)이 정상적인 브레이크액의 색이다. 갈색이나 검은 색은 열화나 변색을 나타낸다. 교체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손재주가 좋은 사람은 브레이크액 탱크에 새로운 브레이크액을 붓고 캘리퍼를 열어 둔다. 발로 밟아서 빼는 것은 시간이 짧아서 좋으나 더 좋은 방법도 있다, 플라스틱 튜브를 꽂아두고 중력의 힘을 빌리는 것이다. 그러면 완전히 뺄 수 있다. 통을 계속 보충하고 혹시 모자랄지 모르니 500ml 한 병을 더 준비한다. 정비공장에서는 완전히 갈아달라고 주문한다. 이렇게 해두면 차의 수명은 길어진다. 브레이크액을 교환하면서 역시 거의 손을 보지 않는 스티어링 오일 보충해 달라고 부탁한다. 스티어링 오일은 교체가 아니라 보충으로 충분하다.

이런 사소하게 보이는 기초적인 점검들은 중요하다. 그러면 차가 장거리나 고속주행에서 이상한 사고를 만날 확률이 많이 줄어든다. 차가 흔해지기는 했지만 안전하게 타는 일에는 역시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

안윤호〈송파 대광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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