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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의원 총회의 공방
대의원 총회의 공방
  • 의사신문
  • 승인 2008.04.28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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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기<경기도의사회 부회장>

▲ 이병기 원장
이번 의협 총회에서는 정권과 부처이름이 바뀐 보건복지가족부 수장이 실로 수년 만에 참석해 “의료정책에 의사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겠다.”는 고무적인 축사를 들을 수 있었다.

개회식이 끝나고 본 회의가 시작 되자마자 의장은 부적격 대의원 문제로 감사 선출이 무효라고 선언하고 토의 없이 방망이를 두드리는 바람에 회의진행 미숙을 문제 삼아 대의원 의장의 사회권 박탈이 표결처리 되었다.

사회자는 옳고 그름을 판정하는 자리가 아니라 회의를 원만하고 효율적으로 진행되게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와 같이 불협화음 없이 아름다운 교향악이 흘러나오게 하는 중요한 역할이기에 사회자 개인의 선입관과 편견을 버리고 중립적인 위치에서 공명정대한 태도를 보여야함이 아쉽다.

의사협회 100년을 맞이하는 제60회 정기 대의원총회는 오전 오후 내내 전년도의 감사선출을 둘러싸고 감사들 개인과 서울시 대의원들의 자존심싸움 등으로 대의원총회를 파행으로 만들었고, 오후에는 법정관 심의위원회에서 회장선거 간선제로의 정관 개정안이 과반수이상의 찬성을 얻고 총회에 상정되면서 이를 먼저 처리하기 위한 일정변경이 통과되며 일부 대의원들의 기권표시로 단체퇴장을 하는 촌극을 보여주었다.

점심 식사와 함께 진행된 법정관 심의위원회에서 어제 토의가 중단되었던 회장 간선제 문제가 다시 논의되면서 간선제를 총회에 상정하기로 무기명 표결 처리된 후 그동안 논의되었던 정관개정안은 회장간선제가 통과되면 많은 조항에서 다시 개정되어야 하기에 더 이상 논의하지 않기로 결정되었다.

다시 본회의가 시작되기 바로 전 예결산위원회 대의원들이 법정관위원회에서 결의된 간선제 안을 총회에서 정족수 미달이 되기 전 가부를 결정하기 위해 회의진행 일정을 변경하려 한다는 이야기를 해 주었다.

경기도대의원에게 잠깐 밖에서 논의 할 것이 있다고 이야기하니 모두들 궁금해서 그런지 당장 자리를 박차고 나와 주었다.

멀리 가기도 어렵고 바로 회의실 입구 안쪽 빈 공간에서 주위에서 두리번거리는 몇 사람을 물리치고 알아들을 만큼의 짐짓 작은 목소리로 지금 몇 몇 지역의사회에서 회장간선제를 통과 시키려 하는 분위기가 감지되었는데 어찌하겠으면 좋겠냐고 물어 보니, 모두들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퇴장하여 정족수 미달로 논의를 물리적으로 무산 시키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는데 합의를 보았다.

물론 일부는 남아서 반개의견을 표시하자는 이야기도 있었으나 찬반 논의 후 불리하다고 퇴장해 버리면 비겁한 행위로 비춰질 수 있기에 부담이 크다는 논리가 앞섰다.

대의원 모두의 표정에서 긴장감과 결의에 찬 비장한 모습이 느껴지며 오후의 나른한 눈동자들은 어느새 사라지고 반짝이는 눈망울들만 보였다.

자리에 돌아가 앉자마자 ‘아니나 다를까’ 부의장 사회자가 법정관 위원회의 개정안을 다루기 위해 회의일정을 대의원이 원하면 바꾸겠다고 하면서 경기도에서 반대하자 표결에 부쳐 과반수가 넘으면 일정을 바꾸겠다고 했다. 표결결과는 169명 중 139명이 일정변경에 찬성하는 것을 보고 ‘뭔가 잘 못 되고 있구나’라는 생각에 내심 놀라고 말았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간선제가 통과 될 수도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자 바로 퇴장하자고 하여 자리를 뜨게 됐다.

다행이 회칙 개정을 하려면 재적 대의원 3분의2의 출석과 출석 대의원 3분2의 찬성으로 이루어지는데 당시 대의원수는 총 242명 정원 중 출석 169명으로 의결정족수 162명을 약간 상회하므로 경기도 대의원 대부분이 퇴장함으로서 개정안 상정을 무산 시킬 수 있었다.

결국 특별 감사보고를 끝으로 정족수 미달을 주장하는 대의원의 압박에 더 못 견딘 의장대행이 마지막으로 결의문 낭독을 끝으로 60회 대의원 총회가 막을 내렸다.

이번 총회에서 다뤄야 할 긴급한 사안 중 하나인 의료정책연구소 개정안은 결국 되지 못했다. 대한의사협회비 33만원 중 무려 6만원(18%) 이 의료정책 연구소 예산으로 책정되는데 2007년 10월 4일과 11월15일 두 번의 개정을 상임이사회에서 졸속으로 통과시켜 운영위원회를 폐지하고 예산편성 및 결산내용을 연구소장이 회장에게 보고하고 승인받는 것으로 모든 것이 끝나게끔 개정했다.

개정된 연구소 운영규정은 연구소의 독립을 훼손하고 회장이나 집행부에 장악되는 기구로 변질시킨 것이다. 물론 과거의 운영이 잘 되었던 것은 아니지만 개정안은 더욱 파행으로 운영될 여지가 많다.

의료정책 연구소가 중ㆍ장기적 의료정책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독립성이 확보 되지못하고 집행부 눈치만 보게 된다면 , 회원들의 비난 속에 연구소가 폐쇄될 수도 있기에 빠른 시기에 이 문제를 공론화해 연구소의 법인화 등 여러 방안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만 할 것이다.

한국의사 100주년 기념 재단 출연금 및 보조금을 약속대로 지급하지 않고 집행위원장과 사무국장이 해촉 및 면직 처리되고 이사장이 사직하는 관계로 사업추진에 막대한 지장을 불러왔다.

지난 100년의 역사를 되돌아보고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여 내부적으로는 의사회원의 단합과 외부적으로는 국민의 신뢰회복을 해야 하는 중차대한 시점에 생산적인 토의를 하지 못한 것 또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간선제 정관개정은 대의원들만이 아닌 모든 지역 직역 의사회원들에게 알리고 여론조사 및 공청회 등의 여론수렴과 충분한 토의를 거친 후에 정정당당히 대의원 총회에서 다뤄야만 한다.

이병기<경기도의사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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