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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의료기관 평가를 받고 나서
<시론>의료기관 평가를 받고 나서
  • 승인 2004.1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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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관 평가를 받고 나서

 

원자력병원 홍석일원장

 

필자는 지난 9월 중순 지방 두 개 병원의 의료기관평가에 팀장으로 참여하였고 10월 중순 우리병원이 의료기관평가를 받을 때는 반대로 피평가기관의 책임자로서 평가에 임하였기에 나름대로 여기에 대한 몇 가지 소감과 의견을 표하고자 한다.

먼저 새벽 6시에 서울을 출발하여 8시 30분부터 평가에 들어갔던 지방병원의 경우이다.
약간은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영역별로 세분화된 평가위원들은 의사와 간호사, 약사 및 병원관리자 등 자신이 주관하는 직종과 분야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질의응답 등을 이어갔다.
하지만 피평가기관이 사전에 자체적으로 평가준비위원을 정하여 상당한 준비를 했음이 분명한데도 시간이 흐를수록 실제 평가는 지연되고 있었다.
이는 아마도 평가위원들의 사전연습이 불충분하였고 교육시 받았던 도상연습 또한 무리하게 계획되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점심시간을 마치고 평가는 계속됐지만 여전히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았고 저녁식사를 한 이후에도 일부 평가위원들은 숙소로 돌아가지 못한 채 야간 근무 실태와 병동 상황 등에 대한 체크를 해야 했다.
심지어 일부 평가위원은 숙소에 와서도 평가서를 정리를 해야 했다.
모두들 새벽에 출발하여 늦게까지 평가를 하게 되니 피곤한 모습이 역력했다.

2일째도 시간이 모자라기는 마찬가지였다.
특히 급식영양과 등을 둘러봐야 하는 평가위원들은 새벽 6시부터 병원으로 졸린 눈을 비비며 나와야 했다.
다시금 시작된 둘째 날 평가 일정도 쉴 틈 없이 움직였지만 일부는 총평시간 까지 마무리하는 것은 무리여서 그 부분은 제외하고 총평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고 저녁 7시가 되어서야 가까스로 마무리 할 수 있었다.

한 평가위원은 피곤해서 평가를 어떻게 했는지도 모르겠다며 자기병원 수검시 도움이 될 것 같아 평가를 자청했던 것을 후회하는 듯 했다.

빡빡한 일정/일률적 평가로 문제점 노출

입장이 바뀌어 우리 병원이 평가를 받을 때에도 이런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즉 150개 문항을 모두 평가하기에 이틀은 너무 빡빡한 일정이었다는 것이 공통 의견이며 시간의 절대적인 부족함 이외에 일부 평가문항에 대하여 평가위원과 피평가기관 소속 준비위원간에 해석이 달랐다는 점도 일정지연의 원인이 되었다.
아울러 평가문항의 많은 부분이 의료기관이라면 당연히 이뤄지고 있는 사안에 대한 질문으로 이 때문에 정작 집중적으로 평가해야 할 부분이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동안 밤을 새워가며 준비를 해온 우리병원 평가준비위원들은 긴장 속에 평가 일정을 끝내고 난 후 완전히 지친 모습들이다.
이들과 저녁식사를 계획했으나 정신없이 준비하고 밤낮없이 일했더니 이제는 머리가 멍해진 상태라며 모두들 피곤하다고 다음으로 미루자고 한다.

하는 수 없이 수검시의 미비점에 대하여 간략한 메모를 부탁하고 다음 주에 정리하여 평가회를 갖기로 한 뒤 해산해야만 했다.

의료기관평가에 대하여 논란은 많지만 평가준비에 최선을 다해 이번 기회를 약점 보완의 계기로 삼자는 목적으로 평가에 임한 우리병원은 그런대로 이번 평가가 그러한 목적을 달성하는데 도움이 되었고 또한 직원의 참여의식을 높이는 데도 효과가 있었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그러나 직원들과 평가준비위원들은 문항과 내용이 환자의 권리와 편의, 인력관리, 진료체계, 감염관리, 질 향상과 환자 안전, 병동, 외래, 의무기록, 응급, 수술 등 분야별로 세분화되어 있음에도 꼼꼼히 살펴보면 시설과 장비 등에 대한 평가가 너무 많다는 것이 대체적인 반응이다.

우리병원 평가준비위원은 대부분 평가위원으로 타 병원을 평가한 경험이 있다.

이들에 따르면 제대로 된 평가란 어느 평가요원이 하더라도 같은 점수가 나와야 하는 것인데 평가요원이 급조된 데다 교육이 부족해 솔직히 염려가 된다는 지적을 할 수 밖에 없다고 한다.

또한 원자력병원을 평가한 평가위원들도 일반종합병원을 대상으로 한 평가항목으로 환자의 분포나 특성이 확연히 다른 병원을 평가하는 것은 매우 어려웠다고 하며 일부는 불가능하였다고 한다.

500병상 이상 대형병원이라 하더라도 환자질환의 구성, 진료 특성, 병원건물 건축연도, 진료수익 등이 크게 차이가 나는데도 불구하고 표준화란 이름의 일률적인 평가를 하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인 것 같다.

예를 들어 지역 특성상 응급실에 경증 환자가 많은 병원에 비해 중환이 많은 병원에서는 응급환자의 처치가 상당시간동안 응급실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평가결과가 좋을 수 없는 상황을 무시하고 타병원에 뒤지는 것으로 언론에 공개된다면 이런 병원들은 엄청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자칫 의료기관경영 치명적 타격 우려

이와 같이 병원별 특성이 고려되지 않는 평가, 다시 말해 동일 특성군의 병원들을 분류하여 평가하는 등의 유연한 자세가 없이 이론적 근거가 부족한 평가기준으로 모든 병원을 일렬로 세우는 평가는 의료기관평가의 본질을 흐리게 할 것이며 그러지 않아도 취약해가는 의료기관의 경영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가능성이 있음을 다시 한번 지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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