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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산행
야간산행
  • 의사신문
  • 승인 2006.10.24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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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부터 우리 구에 동호회가 하나 새로 생겼다. 평소에 산을 좋아하지만, 시간을 내기가 힘든 사람들끼리 모여서 근무 후, 주변의 야산을 찾아 산행을 하는 모임이다. 처음에 올라갈 때는 저녁햇살이 어스름히 깔린 산을 오르게 되지만, 금방 한치 앞이 안 보이는 어둠 속에서 손전등 하나를 안내 삼아 걷게 된다. 한발자국만 내 디뎌도 그 어둠으로 빨려 갈 것 같은 두려움에 우리는 그저 내 발 앞을 비추는 빛을 따라 묵묵히 걷게 된다.

그러면서 우리가 살아온 인생과 닮았다는 생각을 해본다. 어릴 때부터 주어진 길에 어긋나면 큰일 나는 것처럼 살아온 터라 그렇게 온 길이 불투명하거나, 방향이 잘못 되어가고 있다고 생각되었을 때 당황하거나 쉽게 좌절하게 된다. 그러나 변화되는 현실 속에 우리는 더 이상 과거의 우리의 모습으로 살기 어렵게 될 수도 있고, 다른 삶을 강요받을 수도 있다. 그런 변화가 지금은 암울하게 보여도 나에게 주어진 또 다른 길이라면, 용기를 내어 한 발자국 내 디뎌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어둠 속을 걷게 되면 리더의 인도를 따라 무조건 따라 가는 수밖에 없다. 처음 산행을 했을 때, 같은 곳을 세 번이나 지나친 적이 있다. 궁시렁 대긴 했지만, 속으로는 전혀 불안함이 없었다. 리더에 대한 믿음이 있기에, 끝까지 유쾌한 산행이 될 수 있었다. 길이 안보이거나, 인도한 길이 잘못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 우리는 근본적으로 우리를 리드하고 있는 그 사람 자체를 생각하게 된다. 잠시 잘못된 길로 들어서더라도 그 사람이 신뢰를 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우리는 얼마든지 기다리고 힘들지만 또 다른 길로 접어든 그 리더를 기꺼이 따라갈 의향도 있다. 개성이 강한 집단을 이끌 때 리더가 가지고 있어야 할 가장 큰 덕목은 바로 신뢰가 아닌가 한다. 강한 카리스마나 순간적으로 사람을 현혹시키는 언변이 아닌, 과연 끝까지 우리의 운명을 맡기고 믿고 따를 수 있는 사람인지가 가장 중요한 것이다. 단지 그걸 바랄 뿐인데 그게 참 어려운가 보다. 〈객원기자〉






조보경 - 양천구의사회 공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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