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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단체예방접종의 문제점
<초점>단체예방접종의 문제점
  • 승인 2004.10.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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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예방접종의 문제점

 

서울시의사회 박명희 공보이사

단체예방접종의 문제점 옛날 어릴 적 필자가 초등학교 시절에는 모든 아이들이 줄을 서서 콜레라, 뇌염, 결핵 등의 예방주사를 맞았던 기억을 가지고 있다.

당시의 우리나라의 실정이 전염병이 한번 돌면 하루에도 수십 명씩 목숨을 잃는데도, 의료인력과 시설이 빈약했을 뿐 아니라 경제적인 여건상 병에 걸려도 병원에 가지 못하는 국민이 많았던 시절이어서 단체 예방접종이 가장 효과적인 대책이었을 것이다.

이러한 국가적인 방역사업과 경제 발전과 더불어 사회환경이 선진국 수준에 이르렀고, 전국민 건강보험이 실시되고 있는 지금에 와서는 이러한 사업의 필요성이 없어진지 오래다.

물론 지금도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신종 전염병이나 국가 재난 등 경우에 따라 단체 예방접종을 필요로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가을만 되면 싼값에 독감예방접종을 맞기 위해 수많은 국민이 우왕좌왕하는 풍속도가 재현되고 있는 것은 참 안타까운 일이다.
더구나 이러한 행태에는 반드시 의사가 참여하지 않고는 될 수 없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왜 해가 갈수록 문제가 심각해져가고 있는지 답답하기 짝이 없다.

문제가 이렇게 커지게 된 데에는 정부의 방침에도 책임이 있음을 따지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범 국민적인 사업의 일환으로 조달청을 통해 원가보상 수준의 최소가격으로 독감 예방접종 백신을 공급받아 보건소등 국립의료기관을 통해 국민들에게 선심성 정책을 펴고 있는 것도 문제이다.

굳이 저가로 국민에게 혜택을 줄 생각이라면 지금처럼 보건소 등지에서 수 백명을 줄 세워 놓고 하루에 수 천명을 접종하면서 실적을 올릴게 아니라 양로원, 고아원, 혹은 혼자 힘으로 바깥출입을 하지 못하는 재택 장애인들을 찾아 나서서 그야말로 민간의료기관의 손길이 닿지 못하는 어려운 계층의 주민을 찾아 혜택을 줄려는 노력을 해야한다.

또한 다른 여러 가지 의료법 조항상 위법요소가 다분한데도 불구하고 오로지 지역의료법만 유리하게 해석하여 단체예방접종도 신고절차만 거치면 위법이 아니라는 유권해석을 내려 여기저기 아파트 단지, 교회, 유치원 등에서는 서로 먼저 단체예방접종을 유치하기 위해 야단이고, 이에 발맞추어서 일부 의사들은 이런 요구에 편승하여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의료질서를 파괴하고 있다는 것은 실로 통탄할 일이다.

단체예방접종이 법적으로 문제가 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회원들을 위해 이 자리에서 설명하자면, 해당지역의 보건소에 신고를 하지 않으면 지역의료법 제 18조 위반에 해당되며, 설령 위의 절차를 거쳤다해도 의료법 제 25조의 내용중 환자를 유인하는 행위, 의료법 제 30조의 의료기관내에서 의료업을 행하여야 한다는 내용 그리고 의료법 제 46조의 과대광고 금지 등을 어기고 있는 것이다.

굳이 이러한 법 조항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단체예방접종이 의료질서에 미치는 나쁜 영향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어느 의사가 단체접종을 하게되면 당사자는 주위에 선행을 한다는 이미지 제고에 의한 광고효과를 얻는 반면, 동료회원들은 진료실에서 진찰료와 약가를 비보험으로 받았을 뿐인데도 똑같은 약으로 비싼 값을 받는 이기적인 자로 치부되고 비난의 대상이 된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오히려 단시간에 수백명을 접종한 단체접종은 제대로 진찰과정을 거쳤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약가 이외의 부당 이익을 취한 쪽은 단체접종을 한 쪽이 아닌가?
더구나 이러한 과정에서 적정한 가격을 파괴함으로써 공정거래를 위반함은 물론 의사회원간의 위화감을 조성하고 불만을 고조시키고 회원의 권익을 훼손한 처사는 무엇으로 변명할 것인가?
또한 이러한 사안으로 인해 정당한 우리의 주장과는 엉뚱하게 와전되고 곡해되어 의사 단체가 집단이기주의로 매도되는 빌미가 된다는 생각을 왜 하지 못하는가?

단체예방접종이라는 파행적인 행태는 이 행위 자체가 의사 없이는 하지 못하는 것이기 때문에 의사 스스로가 자제하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사안이다.
당연히 국가에서 운영하는 의료단체나 기관에서도 지금과 같은 정책은 지양되어야 하며, 비보험의 비용을 감당하기 힘든 저소득층이나 소외계층에 국한하여 실시해야 한다.

우리는 의료법 이전에 의사윤리 선언 앞에 엄숙히 선서를 하며 의료업에 종사하고 있는 전문인이다.
따라서 우리는 법의 잣대 이전에 의사의 윤리를 중시하는 풍토를 가꾸어 나가야 하며, 그 길만이 우리의 존엄성을 유지하는 지름길임을 되새겨 주길 부탁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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